어벤져스 연성2015. 10. 2. 14:42









어느날 그의 동생은 형에게 할말이 있다며 그를 연못근처로 호출했다. 며칠간 눈에도 띄지않더니 새삼스럽게 밖으로 부른 동생이 조금 싱겁기도 했지만, 간만에 산책이라도 하며 얘기나 나누자고 부른거겠지 라고 생각한 토르는 아무생각없이 밖으로 나섰다. 연못 근처라 하여 그 근처를 둘레둘레 걸었지만 한참을 보이지않아, 연못으로 가보았더니 과연 물 비린내와 함께 동생이 그 곳에 있었다.




"........"





평소 물을 그리도 싫어하더니 새삼스럽게 연못을 지그시 응시하는 동생이, 귀신에 홀린 것 마냥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만 평소와 같이 담담한 눈빛으로 돌아보는 그의 눈빛에 토르도 안심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버석거리는 마른풀을 디뎌 동생의 앞으로 다가가자, 동생은 희미한 눈동자로 그의 형을 가만히 올려다보더니 충격적인 고백을 쉽게도 내뱉는다.




"미안. 형. 나 인어가 되어버렸어."





.....라고 그의 옷깃을 살며시 잡고는 말했다. 과연 그의 짙은 녹색눈동자에는 빨갛고 투명한 불빛이 아스라이 부서져내려 정말 그의 눈동자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연못이라도 내려앉은 것 같았다.

그런 눈빛과 물 비린내나는 동생의 젖은 머리칼에 눈길이 간 토르는, 흔들리는 동공을 겨우 부여잡으며 중얼거린다.



"....뭐라고?"

"말 그대로야."



그러고선 그의 동생은 무어라 말 할 새도 없이 뒤로 몸을 기운다. 그 후엔 보란 듯이 연못에 몸을 빠트렸다.




커다란 무언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와 함께 동생을 손 끝에서 놓친 토르는 오싹함을 느꼈지만 청록색의 물속엔 동생의 몸뚱이가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걸 본 토르는 놀라움과 황당함에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고야말았고, 뻐끔거리는 자그만 잉어들이 동생의 뺨에 몇번인가 지느러미를 쓸었다. 불청객이라기보단, 그들의 존귀한 것을 대하는 것과 가까운 행위였다. 



"...................."




토르는 말을 잃은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눈으로 그의 동생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원래부터 그 연못에 복속 되었었다는 것 처럼 익숙하게 수면위를 천천히 떠다녔다. 짙은 흑색의 머리카락이 마치 연못의 수생식물처럼 수면을 휘감았고, 물 속에서 눈을 희미하게 뜬 동생은 경악한 형의 얼굴 옆 하늘을 응시하며 담담히 말한다.



"....글쎄.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




빠끔빠끔. 로키는 입으로 소리를 내었다. 그의 손 위에는 적당량의 물과, 주황색의 금붕어가 담겨 있었고 그의 몸뚱이는 고양이 발 도자기 욕조에 담궈져있었다. 실오라기 한장 걸치지 않았어도 만인에게 당당한 그 태도에, 토르는 혀를 내두름과 동시에 이 뻔뻔한게 대체 어느 여자 태속에서 나온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분명한건 같은 배 속에선 아니었다라는 점이다.



그는 머리카락 몇가닥을 뺨에 찰싹 붙힌 채로 이따금씩 숨이 막힌지 물에 얼굴을 담그었다가 빼냈다가를 반복하며 반신욕아닌 반신욕을 즐겼다. 그런 그의 옆에 앉은 토르는 그러다 몸이 퉁퉁 불겠다고 한마디 하고 나서려다, 로키의 팔에 오소소 돋아난 희미한 비늘을 알아차리고나서 부터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동생은 반쯤 생선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연못 물이 아닌이상 그의 발이 진짜로 생선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도,


물밖에서 잘 말리면 뛸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변해.


로키는 갈퀴가 돋아난 발가락을 보란듯이 꼬물거리며, 담담히 말했다. 그의 몸에 일어난 변화는 '정말로' 그에게 아무 일도 아닌 일이었다. 오히려 답답해 미칠 노릇인건 그의 형인 토르였다. 


그걸 정상적으로 봐야하는거냐? 두 다리를 햇볕에 말려야만 정상적으로 변한다는게?

드라이기로 말려도 되는데.

부채건 입바람이건. 다리가 물고기로 변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거다!!



토르는 드디어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선 이어 말한다.


대체 뭘 어쨌길래 네 꼴이 이렇게 된거냐, 로키!

내가 그걸 알면.


로키는 토르의 질문에 담담히 대답했다. 이미 포기했다는 투였다. 아니, 그보다는 지금의 삶이 썩 마음에 든다는 태도였다. 욕조를 휘젓고다니는 몇마리의 금붕어가 저렇게 예쁘다는 눈빛을 하고있지않은가. 진짜로...인어라도 된것처럼.


? 왜그래?

아니...아무것도 아니다.



로키가 묘한 얼굴을 짓고 있는 토르를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 토르는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싱겁긴. 로키는 다시 물을 찰박찰박 두드리며 콧등까지 얼굴을 물 속에 집어넣었고, 몇십분이 걸려도 물속에선 기포가 올라오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거다. 아가미가 어디에 열렸는지는 몰라도...


물 밖에선 세시간도 못버티겠어. 아니, 어쩌면 한시간도.


입을 빠끔 내밀고 말한 로키는 다시금 정수리까지 물 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를 물풀 휘젓듯이 들락날락거리는 금붕어들 모습에 토르는 다시금 기시감을 느낀다.



일단 어찌됐건 고치는게 좋겠다. 

나도 이미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봤어. 하지만 알게된건 내 혈액과 물고기의 그것의 물질구성이 아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이지.

하지만 계속 그런 꼴로 지낼 수는 없지않느냐!




참다못한 토르가 말하자, 로키는 제 손에 돋아난 투명한 갈퀴를 물끄레 응시하더니 말했다.




아니, 난 요즘 아주 즐거운데. 물 속도, 꽤 살만한 것 같고.





연하게 연둣빛을 띠는 갈퀴를 혀로 햘짝 핥은 로키의 말에, 토르가 하얀 욕조를 금방이라도 깨부술 것 처럼 쾅 내리치며 말했다.


.....뭐라고?

요샌 물 밖에 나가면 다시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 게다가 밖에선 다리 힘도 안들어가고.....


그리고 물속이 예뻐. 아주, 괜찮아. 로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뺨엔 역시나 반투명한 비늘이 희미하게 돋아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어서, 토르는 탄미함과 동시에 인상을 구겼다. 


쓸데없이 왕위 다툼에 이용되는것도 이쯤에서 관두고싶고. 너도 알다시피 연못 관리사가 일을 제법 하잖아? 그 자에게 맡겨 놓으면 내 노후가 꽤 안락할 것같기도 하단말야ㅡ.....


로키는 눈을 감고 몸을 빙그르 돌리며 말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이 그래, 인간답다기보단 지느러미달린 그것과 참 닮아보이는 모습이긴 했지만 어불성설이다. 갑자기, 반물고기로 평생을 살겠다니....


잠깐의 생각을 마친 토르는 로키의 손목을 냉큼잡고, 그 미끌미끌함에 한번 놀라고 한껏 당황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의 동생을 보고 두번 놀랐다. 아니 무슨, 진짜, 사냥꾼을 목격한 토끼나 사슴같이.... 토르는 인상을 찌푸렸고, 흰 수건 몇장을 가져와 그의 텅 빈 몸뚱이에 턱턱 올려감았다. 그러고선 단박에 그의 오금에 팔을 쑥 집어넣어 그를 간단히 들어올린다. 로키는 갑작스러운 부유와 진득한 산소밀도에 몇번인가 간헐적인 기침을 쿨럭이며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냐며 토르에게 욕설을 지껄였다.


널 당장 왕궁의사에게 보여, 네 병을 낫게 하겠다.


토르는 자꾸만 로키의 살결이 미끄러짐을 속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경고하듯 그에게 말했다. 


내가 괜찮다는데 니가 무슨상관인데? 숨 막혀. 내려놔,


토르의 품에 안긴 로키가 발버둥을 치며 그의 가슴팍을 두드렸지만 미끄덩거릴정도로 살결이 무른 로키의 손은 그야말로 물주먹에 가까웠기에 토르는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니가 괜찮고 말고는 내가 판단한다. 널 가만히 연못따위한테 빼앗길 수 있겠느냐!


토르는 로키에게 그렇게 경고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수건 몇장을 더 챙겨 욕실을 박차고 나섰다. 그러니까, 물 한잔이라도 주고 가라고. 숨막혀 죽는다니까! 토르의 가슴팍에 갇힌 로키가 그렇게 소리질렀지만 토르는 수건의 끄트머리를 로키의 입속에 구겨 박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그래서 내게 온 이유가 뭐라고?



미간을 짚은 펜드럴이 말했다. 눈 앞의 두 불청객, 아니, 한 불청객과 한 물고기.....어쨌거나 둘 다 원하던 손님은 아니었다. 그것도 쓸데없이 곤란한 문제를 안고 오는 자는 더더욱.



뭐 아는 거 없어?



당사자보다 더 안달복달인 토르가 물었다. 아니, 로키가 모르는걸 나라고 알겠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을 틀렸다네. 펜드럴이 반인반어가 된 로키를 힐끗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로키는 토르에게 강한 요구와 협박으로 물 한통을 기어이 받아내어 꼴깍꼴깍 흡입하는 중이었다. 그나마도 수질이 신통치않다며 구박과 잔소리는 보너스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어라니.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구만.


펜드럴은 로키의 피부를 검지로 슬슬 쓸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 손을 로키는 탁 쳐내었고, 토르는 이글이글 끓는 눈빛으로 입을 앙다물고 펜드럴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이렇게 사는건 어때? 그 왜, 연못관리사 솜씨도 괜찮고. 왕궁 애들한테 해줄 전설이 하나 생기는것도 좋잖아.

동감이야. 뒷부분 빼고.

절대 안된다.


펜드럴의 가벼운 말에 로키는 곧바로 동의했고, 토르는 단호하게 말했다. 펜드럴은 지금까지의 둘과 너무도 반대인 양상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으라고 달달 볶는쪽이 로키, 만천하에 태평한쪽이 토르였을텐데. 




연못에서 살겠다니, 이게 무슨 미친 말이냐?

달리 방도가 없으니 그런다는 거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보이지않는 네가 이상한거다! 이러다가 봐봐라, 언젠간 물 밖 생활이 아예 불가능하게 되기라도 하면-.....





되기라도 하면.... 토르는 말을 길게 늘여트렸다. 순간의 오싹함에.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에 오한이 들어 몸을 반사적으로 움츠렸고, 토르는 중얼거렸다. 물도 무서워하는 애가 어쩌다가. 수영도 못하면서. 토르가 자그맣게 중얼거리자, 로키는 그런 토르를 힐끗거리곤 다시금 물을 들이켰다. 


머리를 짚은 채로 눈을 지그시 감은 토르는 미간을 괴롭게 찌푸리며 스쳐지나가는 기억을 상기했다. 물속에 들어간다니. 절대 안될 일이다. 또 무슨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고. 토르는 속으로 되뇌었고, 그런 토르와 로키를 번갈아 보며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있던 펜드럴이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일단, 뭐.... 왜 이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알아야하겠는데.



펜드럴이 제 까끌까끌한 수염을 쓰윽 훑으며 말하자, 둘의 시선이 그에게 꽂히기도 잠시 토르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좋겠다. 


토르의 동의에, 펜드럴은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혹시, 자네가 연구하던 약물들에 노출된것은 아닐까? 다리에 비늘이 돋아나는 약이라던지....


펜드럴의 질문에 로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근래 작업한적도 없었을뿐더러 그딴 악취미적인 약물들은 본적도 들은적도없어.

그럼......널 싫어하는 누군가의 저주일까? 혹시 누군가에게 원한 산 적 있어?




펜드럴이 그럼 두번째라는 듯 두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묻자, 로키는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눈동자만을 휙, 돌리고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셀 수......없구나.......

......그래.






로키는 새침하게 돌린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래......펜드럴이 뺨을 긁적이고 중얼거렸고,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가만히 지켜보고있던 토르가 덧붙였다.



그럼.....최근에 뭘 주워먹은 일은 없느냐 로키?


토르의 질문에, 펜드럴은 로키의 대답을 기다릴것도 없이 뭘 그런질문을 하냐는 듯이 토르의 말에 퉁을놓았다.


이봐. 로키가 자넨 줄 아는가?


토르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펜드럴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럴리가없다는 펜드럴의 태도에 예상치못한 반응을 남긴건 로키였다. 뭔가가 생각난듯 입을 반쯤벌리고 아, 라는 짤막한 탄식을 내뱉은 로키는 말했다.



그러고보니, 연못 근처에서 유난히 커다랗고 색이 영롱하던 물고기를 주웠던 일은 있었지.



로키의 의외의 반응에 잔뜩 집중했던 토르와 펜드럴은 동시에 속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물고기가 크면 얼마나 크다고.... 그 둘은 그 일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래. 길이가 나만했지 아마......?

그거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외쳤다.



그정도면 그 연못 주인정도는 됐겠네. 펜드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그 연못이 깊으면 얼마나 깊다고 이미터짜리 물고기가 살아? 토르는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뭐 어떠랴. 이제 드디어 이유를 발견했는데. 뭐 기우제라도 지내든 연못에 물고기밥을 평소양보다 두배씩을 주던 해서 연못주인의 노여움을 풀어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로키에게 걸린 저주도 풀릴테고 그럼 모든게 다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토르는 한 숨 내려놓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래서 그 물고기는 어떻게 했느냐?

음.....어떻게 했냐면....



로키는 토르의 질문에 자신의 발을 담가놓은 나무통에서 비늘돋힌 발가락을 찰방이며 멍하니 상기했다. 그러고선 발에 달린 물갈퀴를 깜빡이는 눈으로 멀거니 응시하며 말했다.




그날 저녁감으로 내 전속 왕실 요리사에게 줬지.





로키의 대답에 펜드럴과 토르는 입을 쩌억 벌렸다. 

뭐, 뭐라고?

근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구. 

......맛이........

그래. 그래서 몽땅 연못에 털어 넣었지. 물고기 밥으로나 먹으라고.

............연못에..........


로키가 담담히 말하자, 토르와 펜드럴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 음울한 기운이 방 안에 가득했다. 



그래. 그 것 때문인가보군.



그리고 로키는 마지막으로 남은 물 한모금을 죄다 입으로 털어 넣으며, 실로 남의 이야기를 하듯 평범한 톤으로 토해 내었다. 아니 미친 연못 신령정도는 됐겠는데? 펜드럴이 중얼거리자 토르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받아쳤다. 


그럼 이제 어쩐다.......?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그래. 이제 진짜 어쩌지. 토르는 울고 싶어졌다.








#





토르는 숲속을 걸었다. 관리가 하나도 되어있지않아 버석버석한 잡초들과 정글처럼 아무렇게나 저 좋을대로 자란 나무들. 바닥을 뚫고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행인의 발을 걸거치게하는 뿌리들. 토르는 이따금씩 얼굴을 찌푸리며 팔로 줄기들을 뜯거나 뽑아버리고, 발로 뿌리들을 부수어 가며 오로지 한 곳을 바라보고 걸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저 너머로 반짝반짝 간헐적으로 일렁이는 빛이 보였고, 천막처럼 얼기설기 얽혀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줄기를 스윽 비켜내자 왕궁의 그것보다 손질이 안 된 날것의 연못이 보였다. 연못이라고 해야할지 작은 호수라고 해야할지 애매한 크기다. 토르는 옆에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연못의 제일 맡에 앉았다.



로키. 거기 보고있는거 다 안다.



토르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연못을 향해서였다. 그리고 토르가 풀줄기 몇개를 헤치고 이파리 몇개를 휘저어 연못에 손목까지 손을 쑥 집어넣자 담근 손에는 무언가가 맞잡아 오는듯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토르는 익숙한지 그것을 낚시하듯 쑥 들어올린다. 



콜록, 하아.......백설공주의 사냥꾼인줄 알았어.



그리고 수면위로 나온 동생은 물에 푹 젖은 머리카락을 반짝이고 예쁘게 웃으며 말한다. 토르는 말 없이 한번 웃어주곤 동생의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이파리를 떼어 주었다. 그리고선 바구니에서 바싹 마른 부드러운 수건을 꺼내 로키의 얼굴을 닦기도하고, 머리칼을 말리듯 아무렇게나 부비기도 했다. 


어서 나를 잡아 올려 줘. 간만에 따뜻한 햇볕에 몸을 말리고 싶네.


로키가 말하자 토르는 로키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손쉽게 그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몸뚱이가 전부 나왔을 때, 보였던 것은 하얀 다리가 아닌 녹색의 꼬리다. 토르는 익숙해 질 수 없는 그것을 바라보며 몰래 인상을 구겼다. 


로키는 뭍에 올라와 머리를 아무렇게나 쭈욱 짜고는 토르의 곁에 앉았다. 토르는 로키의 몸이 어느정도 따뜻해질 때 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물 속은 어떠냐.


토르는 입술 색을 잃은 로키의 몸에 갑주의 망토를 떼어 둘러주며 말했다.. 그러자 로키는, 그 두꺼운 빨간 망토를 몸에 두르고 앉아 질문에 대답한다.



뭐 그냥 살만해. 왕궁 연못보단 좀 야생의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곳은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 언제 들킬지 모르니....



토르는 로키의 꼬리를 힐끗보고는 말했다. 


밥은 먹었고?


토르의 질문에 로키는 망토를 두른채 털썩 아무렇게나 풀밭에 누우며 대답한다.


아니. 이 몸으로 있으면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


로키는 널브러진 망토로 드러난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군살이라곤 없는 마른 배는 햇볕에 탈 새도 없이 새하얗게 창백했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지.

그래. 뭐라도.


로키는 토르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슬슬 로키의 몸이 적당히 따뜻해지고, 인어의 꼬리가 두 다리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키는 자꾸만 목이 마른지 토르가 가져온 물로 입을 축였다. 그래서. 내 끼니를 걱정하러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테고? 물통에서 입을 뗀 로키가 물었다.


네가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가 있어.


토르는 들고 온 것에서 로키의 옷가지를 넘기며 말했다. 셔츠와, 아스가르드 정식 복장의 옷이다. 로키는 받아들은 옷을 물끄레 쳐다보았다.


그건 위험한데. 

위험하지않아. 넌 에시르니까.


로키의 말에 토르는 경고하듯 말했다. 그런 토르를 응시한 로키는 말한다.


나는 이제 물 밖에선 한시간도 못버티는 몸이 됐어. 이래도 내가 에시르야?


로키는 이제 아주 평범하게 변한 다리를 스윽 문지르며 말했다. 약간은 녹빛을 띠는. 하지만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흰 다리. 토르는 자신의 빨간망토 사이로 드러난 흰 다리를 애써 모르는척했다.


그래. 그래도 넌 에시르다. 조금 희한한 저주에 재수없게 걸렸을 뿐이지.


토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키는 그런 토르를 따라 시선을 올렸고, 토르는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따라와. 그리고 네 옆엔 내가 있을테니 걱정할 것 없다.




그렇게 말한 토르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깊숙히 들어가길 잠시, 자신이 망가트린 요새를 휘적휘적 꼼꼼히 원상태로 돌리고선 그나마도 불안한지 나뭇줄기를 구부려 더 세세히 가리고나서나야 토르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않게되었다. 

혼자 남은 로키는 그런 토르의 기척이 아예 사라질때까지 가만히 누워서, 떠다니는 구름을 한참을 응시하더니 말했다.




저 멍청이가. 신발이라도 줘야 따라갈 것 아냐.






#







안녕 펜드럴. 발할라의 궁 안. 온갖 왕국 중추들이 한데 뒤섞여 회의 준비에 열심인 이때, 누군가가 뒤에서 펜드럴을 불렀다. 펜드럴은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보이는것은 예상한대로 로키였다. 정말 오랜만이게도 정장을 입은 로키. 펜드럴은 웃으며 대답한다.


오랜만이네. 

뭐 그렇군.


펜드럴의 반갑다는 인사에, 먼저 인사했던 로키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펜드럴은 말을 이었다.


오늘 회의 발언 기대할게. 다른 왕국들에서 파견된 자들도 모이는 자리라 자네의 지식을 기대하는 내부인들이 많아.


펜드럴의 말에 로키는 대답없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다리 상태가 안좋아보이는건 물 밖에 오래 나와있는 탓인가?


펜드럴은 싱긋 웃으면서도 매와 같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로키의 다리상태를 말했다. 확실히 로키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펜드럴과 눈도 마주치지 않던 로키는 그제서야 조금 놀란듯이 펜드럴의 여유있는 눈동자를 마주했고, 과연 토르의 멍청한 친구들 중 그나마 머리 돌아가는 녀석임을 실감하며 말했다.


.......그것도 있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야.

그럼 왜인데?


로키는 다시금 시선을 새침하게 돌리고선 대답했고 펜드럴은 다른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토르가 대신들에게 입장을 명할때는.


어떤 멍청이의 배려가 2% 부족했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한 로키는 펜드럴을 두고 자리를 나섰다. 로키는 이제 꺼슬하게만 느껴지는 산소를 폐부 깊숙히 빨아들였고, 그는 이제부터 3시간동안 물 한모금 없이 회의를 무사히 마쳐야했다. 해 낼수 있을까? 불안하게 목 장식을 만지작 거린 로키는 벌써부터 물속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걱정과는 달리 회의는 그야말로 순조롭게, 아무 일 없이 흘러갔지만 아직 한시간째였다. 토르의 배려로 로키의 잔에 물이 떨어질일은 없었지만, 몸 전부가 바싹바싹 마르는 것은 기분이 불쾌했다. 

회의는 로키가 별달리 나설 것 없이 흘러갔다. 그것이 아까부터 로키의 상태를 살피는 토르 덕분인 것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물 생각이 간절했다. 물에 들어가고 싶어. 조용한 물속. 기포가 귓가에서 터지는 소리와 눈앞 물고기 지느러미가 하늘하늘한. 밤이면 우물보다 짙고 어두워지는 물 속. 그렇게 물을 싫어했는데 이렇게나 그리워 지다니.........



로키는 지루한 회의에서 한발짝 멀어지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잠시 감았다. 귓가에는 로키가 어떻든 신경도 쓰지 않는자들의 목소리가 적당한 소음으로 회의실 안을 감돌았고 그렇게 회의가 흘러감에 따라 로키는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간 머릿 속 깊숙한 곳에 밀어놓았던 몸의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처음에야 당장 한시바삐 고쳐야한다고 생각하고 잠수까지 타며 조용히 연구해왔지만, 연구가치가 없다는것을 판단하고 연구가 수렁에 빠졌을때부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나중들어선 꼭 고쳐야할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되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선 물 속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왕위 다툼에 더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은 정말이었다. 로키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토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자들에 의해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시끄러운 소리들은 정말 질렸어. 그럴바엔 아무도 없는 물속으로 영영 들어가버리는게 나았다. 어차피 내가 어떤 곳에 처박혀있던 신경도 안쓸테고....

문득 눈을 뜬 로키는 테이블의 가장 맡쪽에 앉아 회의에 열심힌 토르를 보았다.


그래. 널 다시는 못본다는 것 만큼은 아쉽구나.


로키는 중얼거렸고, 생각했다. 그래. 네가 날 따라 물 속에 들어오지 않는 한..... 그렇게 생각하자, 무엇인가 모를 기억들이 마치 파도처럼 로키를 휩쓸었다. 토르가 물속에서 나에게 손을 뻗은 모습. 귀에 차오르는 물과 답답한 숨. 폐에 가득한 물과 움직이지 않는 다리. 그런 기억들이 일순 찾아오자, 마지막의 마지막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왜 물을 싫어했더라?







토르를 지그시 바라본 로키가 그렇게 중얼거렸을때, 그의 입에서 보글거리는 숨이 빠져나왔다.


!! 로키는 순간 당황하여 단박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선 입술에 느껴지는 손의 감각에 겁을 집어먹었다. 이럴수가. 손 끝이 바짝 말라있었다. 손 끝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미라처럼 건조해 피부가 찢어질듯이 아팠다. 아니, 가장 중요한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창백해질대로 창백해진 로키는 의미없는 산소를 한껏 들이마쉬며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지금의 로키에겐 산소는 호흡에 필요하지않는 이산화탄소정도일 뿐이었다. 물 밖에 이렇게나 오래 나와있던적이 없어서 물을 마시는 것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실험한 적이 없었다. 물을 마시는것만으로 세시간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결국 로키는 테이블 위에 고꾸라져 고개를 박았고, 그제서야 로키의 상태를 알아챈 회의실 내부의 대신들은 호흡곤란에 빠진 아스가르드 제 2왕자의 이름을 불렀다.


허억! 하고 로키는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목구멍에 들어오는건 까실한 고통뿐이었다. 마치 산소분자 하나하나가 가시돋친것처럼 숨쉬기를 괴롭게 했다. 목을 매단 듯 숨통이 조여왔다. 눈알이 빠질 것 처럼 아팠다. 눈물이 절로 나왔고, 그제서야 로키는 옆에 있던것이 토르라는것을 알아차렸다.


로키! 로키!!! 


토르는 거품을 토해내는 로키의 뺨을 잡고, 그 건조함에 놀라고 로키의 이름을 자꾸만 불렀다. 내가 보이느냐고, 정신좀차려보라고 로키의 어깨를 몇번인가 흔들었다. 로키는 거의 탈진 상태였으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로키는 뭔가의 관을 매단것처럼, 겨울을 맞은 나무가 바싹 마르듯 수분을 빼앗겨갔다. 그의 입에 물을 넣어주었지만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길 몇번, 토르가 입으로 넣어주어도 정신을 못차리길 몇분. 그 어떤것도 로키에게 의미없는 도움이었다. 토르의 얼굴도 로키만큼 창백해졌다. 급히 부른 왕궁의 의사가 로키를 만지작거리며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토르는 그런것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물러서라!




이윽고 토르는 그들에게 말했다. 의사는 병실로 옮겨야한다고 성화였다.



로키는 내가....내가 죽게하지 않겠다.



축 처진채 수분만 빼앗기고있는 로키를 안아들은 토르가 말했다. 내가 가는길에 그 누구도 없게 하라! 토르는 공기를 울리는 호성을 지르길 마지막으로, 문을 향해 빠르게 뛰었다.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이 토르가 지나가는곳엔 그 누구도 털끝하나 내비치지않았다. 토르가 왕궁후위의 연못에 다다를때까지.

연못에 도착한 토르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품에 안긴 로키의 상태를 살폈다. 발작에 가까울정도의 경기는 사라졌지만 그게 더 토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들고있는것이 나무등걸인지 살아있는 생명체인지도 모를지경이었다. 그를 물속에 집어넣는다고해서 그의 상태가 호전될까? 안그래도 숨을 못 쉬는 아이의 숨통을 더 틀어막는 일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토르에게 주어진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결심한듯 토르는 로키를 한번 꽉 안았고, 그대로 함께 연못에 몸을 던졌다.




#







귓가에 갑작스레 느껴지는 수압은 로키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보글보글 몸에 달라붙는 기포들과 풀내섞인 물이 온 몸에 차오르는 느낌. 수분이 되돌아오는 감각. 차가운 젤리속에 파묻히는 기분. 암전속. 혼자의 감각.

 

어렸을때도 이런적이 있었다. 왜 그동안 잊고지낸걸까. 내가 물을 싫어하게 된 계기. 그날은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숲으로 모험을 떠났다. 숲을 정복하겠다는 거창한 말들로 토르와 나는 나무칼을 허리춤에 차고 부모님껜 비밀로 한밤중 방을 나섰고, 그 숲은 우리의 아지트였지만 밤에 가는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밤중에 불빛없이 숲을 헤멘다는것은 언젠간 길을 잃고야만다는 것을 전제했다. 그것도 방향감각없는 어린아이 둘이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마주하게 된 연못은 땀에 절은 두 소년들을 유혹하기엔 충분했다. 준비운동도, 수심을 알아 볼 겨를도 없이 토르가 신발을 벗는 동안 나는 먼저 뛰어들었고 차가운 물에 시원함을 느꼈으나 생각보다 어두운 물속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지옥을 만든다면 딱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부글거리는 소리와 손끝과 밭끝에 아무것도 닿지않는 감각.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눈 앞을 휙휙 지나다녔고 물풀인지 머리카락인지 모를것이 몸을 간지럽혔다. 그러다가 흠칫 놀람에 발버둥을 친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다듬어지지않은 물 속은 물풀이 창궐했고, 엉킨 물풀은 다리를 감싸 놓아주지않았다. 어린 폐에 공기대신 물이 가득 차는데엔 몇분씩이나 소요되지도 않았다.

답이 없는 감각이었다. 그저 마냥 죽는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왜 여기에 들어온걸까, 밤중에 몰래 빠져나오지 말걸. 엄마 아빠 보고싶다. 나 이렇게 죽는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 생각난 것이 같이 온 형의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로 올라오지 않자 앞뒤 생각하지 않고 나를 구하러 물속에 뛰어든 형에 의해 구해졌다.






로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물속에서 일렁이는 금발과 걱정스레 나를 쳐다보는 두 호수같은 눈동자. 나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나의 형. 그리고.......






'숨막혀 죽을 것 같으니까 위로 위로 위로!!!'






폐에 물이 쏟아지는 감각!!! 로키는 물이 자꾸만 파고드는 코를 손으로 꽉 쥐고 검지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몇번인가 토르의 얼굴을 주먹으로 날린건 덤이었다. 이러다 이젠 빠져 죽을것같다고!!!!




#


푸하!! 로키는 연못의 이끼 낀 돌을 잡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쿨럭이는 기침과 함께 비릿한 물이 벌컥벌컥 토해나왔다. 우웩. 그 수질 나쁜 물을 한가득 마시다니. 로키는 치미는 토기와 물을 잔뜩 마셔 부른 배를 생각하며 메스꺼운 신음을 내었다. 물고기 하나쯤 삼켜버린건 아닐까. 그랬다면 미안하다.

로키가 뱃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있을때 쯔음, 로키는 토르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아차. 아직 물 속에 있는건 아니겠지? 하고 옆을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바닥에 등을 붙인채 물을 토하고 있었다. 맛이 간 창백한 얼굴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옆에 물을 한가득 토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다시금 토기가 치밀길래 로키는 시선을 돌리고 푹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쭉 짜며, 다리에 달라붙은 물풀들을 떼내었다. 그러고선 정장의 냄새를 킁킁 맡아보니 과연 물비린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젠장, 아깝게도.


토르는 로키의 옆에서 한참이나 쿨럭거리더니, 다시 등을 붙히곤 누워 말했다.





이제 밖에서도 숨 쉴 수 있나보구나. 






토르가 말하자 로키는 그제서야 자신이 숨을 편안히 쉴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목을 손으로 쓸었고, 물에 젖음에도 비늘이 돋지않은것을 느꼈다. 평범하게 부드러운 피부. 갈라진 두 다리. 호흡이, 산소가 반가울정도로 쉽게 이루어졌다. 저주가 풀린것이다.


그거 참 다행, 켁......쿨럭, 이구나.....우웩...


토르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다시금 물을 한바탕 토해내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왠지 속이 메스꺼워져 로키도 마찬가지로 물을 뱉었다. 아무래도 아직 뱃속의 물이 다 안빠진 모양이었다.


하아, 오장육부를 다 토해내고 싶은 기분이야. 그때도 그랬지.


로키는 입가의 물을 스윽 훑고는 말했다. 그러자 바닥에 드러누운 토르가 큭큭웃으며 말했다.


그땐 아침까지 토했잖아.

그래. 토하느라 옷도 못 갈아 입는 바람에 감기에 걸렸었지.


로키의 말에 토르는 또다시 웃더니, 쿨럭이며 물을 기침했다. 우웨엑... 토르가 다시 구역질을 하자 로키가 벗겨진 신발을 토르에게 던지며 말했다.


그것좀 작작해! 나까지 다시 토할 것.....우웩.....


그리고 말을 끝내지도 못한채 물을 쏟아내었다. 얼마나 쿨럭거렸을까. 로키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신발도 안주고 어떻게 따라오라는거야? 멍청아.

내가 신발을 안줬었느냐?

그래, 아스가르드 제일 가는 멍청아.


로키는 남은 한짝의 구두를 마저 던지며 말했다. 로키가 웃자, 토르도 따라웃었다. 왜 지금까지 잊고있었을까. 물 공포증의 원인이 전부 그날부터였는데. 그 후로 나는 아주 자랄때까지 혼자 목욕도 못했었다. 호숫가에 가는것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로키는 킥킥웃으며 토르의 고마움을 가슴 깊이 느꼈다. 두번이나 구해진 그 은혜를. 

그러길 잠시, 로키가 물 속에서의 토르의 모습을 상기하고 있었을때, 옆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이봐. 거기 푹 젖은 왕자님들.



그는 한 손을 들고 인사하며 걸어왔다.




펜드럴?

아니나다를까. 로키가 쓰러진 일이 왠지 그 일과 관련이 있는것같아서 연못으로 와 봤더니....




펜드럴은 사람좋게 웃더니 그 둘에게 수건을 가득 던져주었다. 그러고선 수건을 받고 멍하니 앉아있는 아스가르드 두 왕자님들을 향해 어이없다는듯이 웃으며 펜드럴이 퉁을 놓았다.


이게 웬 물에 빠진 생쥐 꼴이래. 대단히 품격있는 모습들이십니다 왕자저하님들?


펜드럴은 우스꽝스럽게 예를 갖춰 인사하며 말했다. 닥쳐. 로키는 혀를 차듯 웃으며 대답했다. 토르는 호쾌하게 웃었고, 펜드럴은 말을 덧붙였다.


이봐. 언제까지 그러고있을거야? 얼른 추스리고 일어나서 넋나간 대신들 안심부터 시켜줘야지.

아.

아.


펜드럴의 말에, 로키와 토르는 그제서야 회의중이었음을 떠올리더니 동시에 말했다. 


이거 안 될 왕자님들일세......


펜드럴은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서 옷 갈아입고 와. 대충은 내가 설명해둘테니까. 펜드럴이 길을 나서며 말했고, 그런 펜드럴에게 알았다고 뜻을 전한 토르는 먼저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도 네 상태가 나아져서 다행이구나. 


귀에 들어간 물을 털어내느라 고생인 로키에게 토르가 말했다. 반대쪽 귀를 탁탁두드리며 귓속의 물을 빼내기에 여념이없던 로키는 토르의 말에 킬킬웃으며 동의했고, 차갑게 식은 입술을 열었다.


뭐 나쁘지 않은 추억이었어. 덕분에 형과 간만에 물놀이도 해볼 수 있었고. 글쎄, 햇수로 천년만이던가?


로키는 옷가지에서 물을 짜내며 말했다. 



한번쯤 더 있어도 괜찮을 법한 소동이야. 



그리고 그런 로키의 말에 토르는 질색을 하며 손을 저었다.


아니. 절대 사양이다. 넌 물이 지겹지도 않더냐?


소름끼친다는듯 경련한 토르는 완강하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로키가 토르의 말에 대답하려할때, 문득 무엇인가가 생각난듯 발을 멈추고 다시 연못가로 되돌아온 펜드럴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이제 로키의 물 공포증은 고쳐진건가?


펜드럴은 손가락을 따악 튕기고선 물었다. 그가 건넨 수건으로 축축하게 젖은 옷을 대강 털고있던 로키는 그의 질문에 잠시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방금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그리워했던 연못을 물끄레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니. 이제 물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해.







.....그리고 이번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 후이야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펜드럴은 할일없이 궁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원에 가기도하고, 한때 큰일이 벌어졌던 연못에 가기도 하고, 서재에 들르기도 하면서 이 여유를 즐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골목 너머에서 익숙한 두명의 목소리가 들렸고, 흥미를 느낀 펜드럴은 그곳으로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이봐들. 뭣들해?


펜드럴이 사람좋게 웃으며 묻자, 시프와 토르는 동시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 만났다. 펜드럴. 혹시 로키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토르는 갑자기 나타난 펜드럴에게 허둥지둥 물었다. 펜드럴은 의아한 질문이라는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로키?

그래. 이 브라콤이 로키가 또 사라졌다며 내게까지 지랄을 떤다고.


펜드럴의 되물음에 옆에 있던 시프는 팔짱을 끼고 토르의 브라콤을 비난하며나섰다. 우리 부라더가 없어졌다며 성화인 토르를 보며 펜드럴은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로키라면....아까 연못가에 있던데.


펜드럴이 말하자, 토르의 얼굴이 다시금 굳었다.


뭐?? 또 인어가 됐다느니, 이상한 물고기를 주워먹었다던지 하지는 않았겠지!!!!

그런  것같지는 않던데. 나르시스마냥 연못을 바라 볼 뿐이야. 자기 잘생긴 얼굴에 반했나?

우리 로키가 하루이틀 잘생겼더냐!! 하여튼 브라더는 혼자 내버려 둘수가 없어!


그렇게 버럭 외친 토르는 펜드럴과 시프를 내버려두고, 당장에 후원을 향해 달렸다. 토르가 사라지자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싹 가라앉아 아까와는 너무나도 대조되게 썰렁해졌고, 그 태풍이 지나간 것 같은 허한 분위기 속 남겨진 시프는 중얼거렸다.


물 공포증은 학습해서 고친다고 해도, 저놈의 브라더콤플렉스는 어떻게 고친다지?

.....글쎄.......


펜드럴은 턱을 긁적거렸다.



#



로키는 연못가에 서서 가만히 연못을 응시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수영하며 지냈던 곳을, 이렇게 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자신이 벌컥벌컥 마셨던 물도 물이지만, 뛰노는 물고기. 로키가 바라보던 것은 그 물고기였다.

한참을 응시하던 로키가 뒤적뒤적 꺼낸것은 물고기 먹이 한봉지였다. 그것도 최고급의. 말없이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본 로키는 꺼낸 봉지의 끄트머리를 열고는, 거꾸로 뒤집어 몽땅 연못에 탈탈 털어넣었다. [한번에 주지 마시고, 여러번에 나누어 급여하십시오]라는 안내말은 읽었으나 무시했다  



 "......"




로키가 먹이를 뿌리자 텀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고기들이 미친듯이 입을 뻐끔거렸다. 이렇게나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먹이를 갈구하는 배고픈 잉어들에 의해 수면이 정신없이 찰방이자 로키의 신발까지 슬슬 젖어들었고, 로키는 두 손바닥을 마주하고 눈을 지그시감고는 중얼거렸다.


......미안했다.


로키는 그 이미터짜리 물고기를 상기하며 명복을 기도했다. 진짜 뭣쯤의 신령정도 됐을 그것을 생각하며 로키는 짧은 기도를 마쳤고, 묵묵히 연못을 응시하더니 안해도 되었을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너는 진짜 맛없었어.






그렇게 덧붙인 로키는 싱긋 웃었다. 로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토르의 목소리가 들렸고, 로키가 피식 웃으며 그를 향해 약간 걸음을 옮기자 토르가 로키의 손목을 붙잡고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허억, 하아....왜...또 여기에, 온거냐! 허억....나는 또 무슨 일이 생긴줄 알고....


토르가 거친 숨을 내쉬며 로키의 안위를 걱정하자, 로키는 눈을 휘며 웃고는 말했다.


뭘 또 뛰어 와 뛰어오긴.....

하지만!!

알았어. 돌아가자.


토르의 항의에 로키는 좋게좋게 웃으며 말했다. 나보다 더 심한 저주에 걸린 우리 형. 로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밥은 먹었어?


로키는 연못의 물비린내를 들이마시며 말했다. 냄새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런 로키의 물음에 토르는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응? 아니 아직인데,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느냐?



가쁜 숨을 내려앉힌 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런 토르를 보고 로키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이내 대답했다.










"물고기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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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ㅌㅢㅇㅜ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