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연성2015. 9. 11. 00:26




언제나 형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철이 들고 형의 왕위서열 1순위라는 칭호가 불변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형이 죽지 않으면 내가 영원히 군림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예감했다.

아, 저놈의 숨통이 끊어지거나 반신이 불구가 되거나. 아니 아니, 하체가 불구가 되더라도 생식 기능은 가능하겠구나. 네 같잖은 머리통을 물려받은 애새끼가 나를 방해하면 그거야말로 곤란하지. 그럼 어떻게 할까. 몸통에 끔찍한 고통을 주어 정신을 죄다 날려 버려줄까? 그래. 허수아비 왕이 되어주는 것도 좋겠구나. 너를 앞에 내세우고, 반푼이 왕이라 욕먹는 것을 즐기며 실권을 조종하는 것도 웃기고 즐겁겠어.



하지만 인생은 잔인하게도 내 마음대로 굴러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깜빡 정신을 잃었던 것같다. 깨어났을 땐 멱살을 들린채로 내던져진 순간이었다. 정신이 반쯤 날아간 채로 발악하는 것은, 모든 것을 배신하고 지구를 정복하겠다고 결심했던 끔찍하고 우울한 지난 날보다 어려웠다.



"맙소사.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었어? "



등이 벽을 피로 그어가며 미끄러져 내려왔다. 몇 번인가 발로 밟힌 손가락은 퉁퉁 불은 칠면조 다리보다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신기하면서도 제 것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낯선 감각에 몇 번인가 손을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했다. 욱씬거리는 손보다도 방금 사정없이 부딪힌 등뼈가 으스러진듯 아팠다.


"그 자비야말로 왕의 기본 소양이지. 훌륭해."



방금 등뼈가 아프다는 말은 철회하겠다. 지금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그의 광안이 가장 따가웠다. 검은 망토를 두른 두르이드처럼 괴상한 꼴을 한 형제는 더 이상 왕좌에서 처럼 영광되게 빛나지 않았다. 꽉 쥔 주먹은 그야말로 전락의 증거. 증오로 타락한 꼴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과한 즐거움으로 내장이 꼬인 기분마저 들었다.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비져나오는 와중에도, 피는 멎게하더라도 웃음을 참게하는 명약은 없으리라 생각하니 피실피실 웃음이 나왔다.



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그러고선 간단히. 토르의 눈동자는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동생의 뼈가 맨정신으로 바스러지는 모습을 보는 눈빛이라기엔 너무도 무감각했다. 


"ㅡ아아아악!!!.....컥, 허억.....큭....크크크큭...."


다리가 이상한 모양으로 구부러졌다. 뭐가 웃기냐고, 나의 형이 물었다.


"네가 날 때리는게 우스워."


묻기에 대답하자, 토르는 그럼 더 때려주는게 좋을게냐고 물었다.


"그렇다면 더 우습겠지."


말이 끝나자 마자 다정하게 뺨을 잡은 큰 손이 머리통을 벽에 세게 내리꽂는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그 의지만큼은 상냥했다. 예전에도, 그는 내 부탁을 늘 들어주는 상냥한 형이었지.

토르는 헝겊으로 손바닥과 손등, 그리고 굳은 피로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 손가락 사이를 세심히 닦았다. 그 모습은 또 어딘가 위선적이어서, 머리가 반쯤 터져 정신이 아찔한 와중에도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는 네 피를 손에 묻히는게 달갑지 않다. 로키."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뺨엔 나의 피가 집착처럼 달라붙어 있어, 나는 그것을 떼어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달갑지 않으면? 그럼 그만 때리던가."


나는 콘크리트 벽 돌기 사이를 세심하게 메운 나의 피를 응시하며 말했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때, 스푼에 그 날 식사로 나온 토마토를 올려 그를 향해 비행시켰던 날이 떠올랐다. 중추들의 회의에 처음 견학하게 된 '장자' 토르는, 아주 예쁘고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곤 했다. 그 점이 어찌나 나의 심기를 자극하던지. 그 얼마나 구역질을 유발하던지. 세밀한 유리 공예같은 블라우스의 한술 한술이, 그 어찌나 내 질투를 건드렸던지.

토르는 말한다.

"네가 아무리 때리고 타일러도 행색을 고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

토르가 말하는 것은 그의 신부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그녀를 깎아 내린 것에 대한 이야기다.

"네 여자가 인간계집이라고, 그 뱃속에 품은게 더러운 반신의 증거라고 말한게 그리 죄가 되나? 사랑스러운 동생을 죽기직전까지 팰 수있을 만큼?"

"사랑스럽다니. 진저리가 쳐진다는 것을 잘 못 말한거겠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토르의 구둣발이 옆구리 갈비뼈 아랫 부분을 정확히 노렸다. 정중앙까지 파고 들어와 속을 헤집어 놓는 듯한 뾰족한 발 놀림에, 내장이 입으로 쏟아진 것 같아 확인해보니 어딘지 모를 핏줄이 목 밖으로 비져나와있었다. 아주 얇고, 세밀한 고름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것 쯤은 잘 안다."


쓸데없이 똑똑해지긴. 장난스레 투덜거렸다. 사실, 한쪽 눈은 아까부터 거의 보이지않았다. 혈을 노리고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차별적인 구타로 인한 그의 잠깐의 실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토르와 그의 임팔라를 대군 앞에서 모욕한 대가 치고는 싸다싶었다. 애초에, 몸뚱이에 대한 미련이 조금도 남아있질않았다. 그러니 이런 고통마저도 웃고 넘길 수 있는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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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ㅌㅢㅇㅜㅁ